간간이 사람이 많은 출근길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서 서있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여성분들이 있습니다. 또는 뙤약볕에서 조회를 하던 중 시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지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순간적으로 아찔해지면서 어지럼증이나 두통, 메스꺼움 등을 느끼면서 일시적으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합니다.
흔히 기절한다고 표현하는 실신은 매우 흔한 증상으로, 통계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20-30% 정도가 일생에 한 번 실신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상당히 높은 유별률로서, 이렇게 실신이 흔한 이유는 직립보행을 하는 우리 인체 구조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즉, 실신은 어떠한 원인이 되었던지 간에, 뇌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되어 뇌세포가 일시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어 발생하게 되는데,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의 경우, 뇌가 심장보다 더 위에 있기 때문에 뇌로 충분한 혈액을 보내려면 항상 계속해서 심장이 펌프 역할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내부나 외부의 어떤 자극에 의하여 심장과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에 일시적으로 과도한 변화가 생겨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심박동수가 느려져 뇌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떨어져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직립보행을 하지 않고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은 실신을 하는 일이 없습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특별한 신체적 문제가 없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개 공기가 습하고 답답한 환경에서 장기간 오래 서있을 때, 너무 조이는 넥타이를 하고 있거나 기침을 심하게 할 때, 숨을 오랫동안 참을 때, 소변을 참았다가 갑자기 볼 때, 기름진 음식이나 급하게 먹은 음식으로 인해 소화불량이 생겼을 때 혹은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았을 때 등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개 실신 전후의 상황을 잘 청취해보면 미주신경성 실신을 충분히 감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별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검사보다도 환자가 설명하는 병력입니다. 자세와 주위 환경 등 어떤 상황에서 실신했는지, 실신 전이나 의식 회복 후 다른 증상이 동반되었는지, 목격자가 있다면 의식 소실과 함께 팔다리를 떨거나 대소변을 지리지는 않았는지 등을 되도록 잘 기억하고 정리해 오는 것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자세와 관계없이 누운 상태에서 실신하는 경우, 급사한 가족력이 있거나 심박출량이 증가하는 유산소 운동 중에 실신하는 경우에는 부정맥이나 심장의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구조 이상으로 발생하는 심장탓 실신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심장의 문제로 발생하는 실신은 언제든 급사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증상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미주신경성 실신 전에는 대개 전구증상이 동반됩니다.
부교감신경인 미주신경이 흥분하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교감신경도 함께 항진이 되는데, 이로 인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손발이 차가와지고 피부가 창백해지게 됩니다. 또한 어질어질한 느낌과 함께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주위 소리가 잘 안 들리게 되며, 땅으로 꺼질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도 들게 됩니다.
이러한 전구증상에 이어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됩니다. 쓰러진 후에는 특별한 조치 없이도 수십 초 내 대부분 저절로 의식을 회복하게 되며, 의식을 잃기 전 느꼈던 증상들은 이미 없어진 상태입니다. 즉, 대부분 유발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발생했다가 거의 저절로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주변사물에 부딪혀 발생하는 머리 손상, 뇌진탕, 타박상 등의 이차적인 손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을 잃기 전의 전구증상이 느껴지는 경우에는, 장소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그 자리에 빨리 누워야 합니다. 누워서 심장과 머리가 평행이 되도록 만들어주면 실신까지는 진행되지 않으며, 증상이 없어져도 10분 정도는 발목 밑에 가방 같은 물체를 받쳐 다리를 거상한 상태로 안정을 취한 뒤에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미주신경성실신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신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실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실신하면서 입을 수 있는 외상이 위험한 것이므로, 실신의 경험이 있다면 본인이 어떠한 상황에서 실신이 유발되는지 파악하여 그러한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것을 피해야 하며, 덥고 혼잡한 환경, 밀폐된 좁은 공간 등의 장소를 피해야 합니다. 과도한 운동을 한 직후에 실신이 발생했던 경우에는 심한 운동을 삼가야 하며, 남자의 경우 음주 후 소변을 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험이 있다면, 평소에 소변을 참았다가 보는 것을 피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소변을 서서 보지 말고 앉아서 보도록 합니다.
또한 수분 섭취가 적어 체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이러한 증상이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하루 2L 정도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약간 짭짤하게 드시거나 아침에 죽염 1티스푼을 충분한 물과 함께 삼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걷기운동 및 고정식 자전거 운동과 같이 하지 근육을 강화하는 근력운동도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계속 주의를 해도 실신이 다시 발생하거나 혹은 심한 어지럼증으로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로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하여 신체의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반응하여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