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불안증후군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나도 모르게 다리를 가만히 둘 수가 없어요’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벌레가 피부 밑에서 기어다니는 것 같아요’
‘가만히 있으면 다리가 자꾸 시리고 저려요’ 

이런 증상이 있으신가요? 
이런 증상들은 하지 불안증후군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기괴하고 믿을 수 없게 들릴 수 있지만 하지 불안증후군 환자는 실제로 느끼는 증상들입니다. 

1) 하지 불안증후군

하지 불안증후군은 감정적 스트레스나 정신과적인 병에서 오는 증상이 아닙니다.
대부분 다리에서 증상이 발생하지만 팔에도 증상이 발생합니다. 환자들은 호소하는 증상은 서로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있을 때, 특히 자려고 할 때 다리가 무언가 불편한 느낌,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며 우리 나라 사람들은 종종 다리가 시리고 저리다고 표현합니다. 

이 증상은 밤에 심해집니다. 이것은 다리에 경련이 생기는 것이나 다리가 눌려 쥐나는 것과는 다릅니다. 또한 당뇨병 환자에게서 흔히 호소하는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끔거리거나 화끈화끈한 신경병성 통증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다리의 “불편한” 느낌은 종아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다리를 뻗거나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좋아지나 가만히 있게 되면 다시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에는 통증으로 느끼기도 하며, 이 때문에 잠들기가 어려워 불면증이 생기는 경우도 흔합니다. 다리를 계속 뻗거나 움직여야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잠들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잠을 충분히 못 자기 때문에 환자는 낮 동안에 비정상적으로 피곤하고 졸리게 되며, 일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게 됩니다.

낮에 과도하게 졸리는 것만이 하지 불안증후군으로 인하여 낮에 생기는 문제는 아닙니다. 낮 동안에도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이동수단을 장기간 이용시 오랜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이 힘들며, 영화나 콘서트장 또는 직장의 회의에서도 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잠을 못 자고 낮 동안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음으로써 신경이 날카로와지고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100명당 5명에서 10명까지 일생동안 하지 불안증후군을 경험하게 됩니다. 노인에게 흔하지만 어느 나이에나 발생할 수 있으며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 수면 학회에서 시행한 연구에 의하면 100명당 7.5명의 비율로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하지 불안증후군은 약 절반의 경우에서 유전적 경향을 보입니다. 뇌의 도파민 부족도 발병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도파민을 만드는 아미노산인 타이로신이 뇌에서 레보-도파로 변환시킬 때 철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분부족도 하지 불안증후군의 한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따라서 철분 결핍성 빈혈이 있는 경우, 빈혈이 자주 나타나는 임신부, 철분결핍이 흔한 만성 콩팥 질환 및 요독증 환자에서 하지 불안증후군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 수년이 경과함에 따라 증상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심해졌다 호전되었다 하는 경과를 반복합니다. 

2) 하지 불안증후군의 진단

하지 불안증후군은 환자가 표현하는 특징적인 증상들로 인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라던지 근질근질한 느낌, 당기는 느낌 등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느낌들로 인해 다리를 움직여야 하지 불안증후군으로 진단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하지 불안증후군을 진단하는 또 다른 증상은 움직이는 것이 증상호전에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 불안증후군과 유사한 다른 병을 감별하기 위해 자세한 문진과 신체 검진이 필요하며, 철분 결핍성 빈혈이나 신장의 이상, 비타민 결핍 등의 원인이 동반되어 있는지 혈액검사를 시행하게 되고 신경전도검사를 시행합니다. 

3) 하지 불안증후군의 치료

하지 불안증후군은 치료를 통해 상당한 증상 호전이 가능한 질환인데, 이에 대한 인지부족으로 인해 아직 많은 환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고 있는 것이 문제인 질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지는 않으나, 증상은 다소 불편한 정도에서 매우 심한 정도까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벼운 운동, 발,다리 마사지나 족욕, 철분섭취를 통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평소 심박수보다 2배 이내, 시간은 30분정도가 적당합니다. 잠들기 1-2시간전에 다리를 이완하는 요가, 스트레칭도 효과적이며, 냉수, 온수를 번갈아 하는 족욕도 좋습니다. 단, 뜨거운 물로만 하면 체온을 올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물, 커피, 탄산음료에 든 카페인, 알콜은 피하고 시금치, 조개류, 콩, 두부, 고기, 생선, 통곡물(땅콩, 호두) 등의 철분이 풍부한 음식 섭취가 권장됩니다. 

그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 불안증후군 약물치료의 첫 단계는 질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관된 상황들(예를 들면, 철결핍성 빈혈, 당뇨, 관절염, 항우울제 사용 등)에 관해 조사해 보아야 합니다. 때때로 이런 상황들에 관해 적절한 진단을 하고 치료하는 것이 증상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철분이 부족한 경우에는 철분제로 보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인에 대한 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여전히 불편감을 느끼는 경우에는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여 투약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약물로는 도파민 시스템에 작용하는 도파민 작용제(dopa agonist) 나 레보도파(L-dopa) 제제들이 사용되며, 환자의 약 80-100%는 증상이 완전히 조절됩니다. 
경우에 따라 감각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회로를 차단하는 알파-델타리간드 계열의 통증 조절약물 및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수면장애 관련 약물들도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