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인간의 뇌가 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인 인지기능에는 기억력, 집중력, 언어능력, 계산능력, 시공간 구성능력, 수행능력이 있습니다.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건 뇌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이전에 비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나타날 때 이를 치매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치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병이 아니라 여러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증상입니다.

수 세기동안 사람들은 이것을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나이를 먹게 되면 피할 수 없이 필연적으로 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치매는 단지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그런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는 여러 가지 질환들에 의해 나타나는 병적증상으로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레비소체 치매, 두부 외상성 치매 등 매우 다양한 질환들에 의해서 치매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중 일부 치매의 원인질환들은 여러 가지 증상들 중에 한 가지로서 치매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치매 이외의 다른 증상들을 잘 살펴보면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경험 많은 신경과 의사의 병력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만으로도 많은 질환들이 배제되고, 의심되는 몇 가지 질환으로 추론 되어 몇 가지 검사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에서 5-10%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65세 이상에서 약 9%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유병률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병은 치매이며, 85세 이상의 노인 2명중 1명은 치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치매와 건망증

단순히 기억력만 떨어진 상태는 치매가 아닙니다. 건망증의 경우 어떤 사건의 세세한 부분만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며, 귀띔을 해주면 다시 기억이 나지만 치매는 그 사건 전체를 잊어버려서 귀띔을 해주어도 기억을 해내지 못합니다. 또한 건망증인 경우에는 기억력 문제를 인정하고 고치려 노력하며,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나 치매는 본인의 기억력 문제를 부정하려 하며,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게 됩니다.

하지만 치매가 막 시작되는 초기치매와 건망증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또한 건망증을 자주 호소하시는 분 중 많은 경우가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되며,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매년 10-15% 정도가 치매로 진행되기 때문에 건망증이 심할 경우 신경과 전문의를 방문하시어 보다 구체적인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치매의 증상

  • 1. 기억력 감퇴 : 물건을 둔 곳이나 약속 장소를 잊는 일이 자주 발생하며, 예전 일은 잘 기억하나 최근에 있었던 중요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 2. 언어능력의 저하 : 언어 사용 능력이 예전에 비해 감퇴합니다. 특히 구체적인 사물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이것’ ‘저것’ 등의 지시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 3. 날짜 및 공간지각능력의 저하 :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모르는 증상이 발생하며, 중요한 기념일을 잊어버립니다. 또한 예전에 잘 찾아갔던 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 4. 판단력과 일 수행능력의 저하 : 이전에 잘 다루던 전자제품이나 기계를 조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을 계획하고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가사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예전에 잘하던 음식의 맛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 5. 성격이나 행동의 변화 : 부지런한 사람이 게을러지거나 점잖던 사람이 화를 내거나 우울해 할 수 있습니다. 행동 변화는 비교적 치매 후기에 많이 나타나나, 전두측두엽 치매의 경우 초기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3) 치매의 경과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인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일반적으로 8-1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됩니다. 초기, 중기, 후기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경과를 거치게 됩니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의 사건 중 중요한 것은 기억하지만, 자세하거나 사소한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양상을 보입니다. 기억력 저하가 점점 심해지면 최근의 중요한 일도 기억이 나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끼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나 여행을 갔던 것도 잊게 됩니다.
 
중기로 진행이 되면 최근 사실에 대한 기억력 저하가 더 심해져 오전에 있었던 일도 오후가 되면 잊게 됩니다. 이렇듯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초,중기 상태에서는 주로 옛날 기억보다 최근 사실에 대한 기억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다 후기까지 진행하게 되면 옛날에 있었던 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이나 자녀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며, 이러한 기억장애 외에도 익숙한 길도 찾지 못하고 헤매거나 계산 능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 도구 사용에도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중기이후부터는 인지장애 외에도 이상정신행동증상도 동반됩니다. 누가 물건을 훔쳐 갔다거나 배우자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는 망상이 흔하게 발생하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타인으로 착각하기도 하며,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헛것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호자를 때리거나 욕을 하는 등, 공격적인 성격변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야간에 배회하며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치매 환자들의 이러한 이상정신행동증상은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을 힘들게 하며, 이는 요양원 등의 시설입소를 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4) 치매의 진단

치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한 가지 검사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또한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 후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진단을 받게 됩니다.

  • 1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 : 환자와 함께 지내는 보호자와의 면담이 중요하며, 신경과 전문의의 신경학적 검사가 필수입니다. 
  • 2 신경심리검사 : 설문 검사를 토대로 시행하며, 기억력, 판단력, 주의집중력, 언어능력 및 계산능력을 검사합니다. 
  • 3 혈액 검사 및 뇌영상 검사(MRI) : 혈액 검사 및 뇌영상 검사를 통하여 치매를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원인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 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