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은 이름으로 인하여 잦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항상 머리가 한쪽만 아프다는 뜻은 아닙니다. 편두통은 대개 머리가 쿵쿵 울리는 듯이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위장증상을 동반하는 두통으로 수십년 지속되기도 합니다. 보통 사춘기, 또는 이른 성인기에 주로 시작하지만, 50세 이후의 나이에 늦게 처음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중에 편두통이 있는 경우가 흔하며, 여성에서 보다 많이 나타납니다.
환자마다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다르며, 증상도 여러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환자들은 두통이 경미해 아무런 지장없이 일상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가 하면,어떤 환자들은 심한 두통으로 일상 업무는 물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매우 고통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편두통은 재발성,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두통과 함께 다른 일반증상(식욕부진, 오심, 구토, 눈부심, 소리공포증, 냄새공포증) 또는 신경학적 증상들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편두통에서 나타나는 두통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측성이고 혈관이 뛰는 듯한 박동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머리 전반에 걸쳐 두통이 나타날 수도 있고 박동성이 아닌 ‘칼로 찌르는듯 날카로운’ 혹은 ‘쥐어짜는 듯한’ 여러 가지 형태의 두통을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두통과 함께 안구 부위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머리를 흔들면 머리가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통 발작은 시작된 후 수시간에 걸쳐 그 강도가 점차 심해지며, 보통 수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됩니다. 그리고 환자들은 눈부심을 잘 호소하며 밝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두통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어둡고 조용한 방에 있고 싶어하게 됩니다.
편두통은 혈관성 두통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인류사회가 시작될 때부터 알려졌던 병이며, 어원은 ‘Hemicrania'라는 희랍어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편두통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전체 여자의 15-30%, 남자의 3-13%가 편두통을 가지고 있으며, 청소년 연령에서도 편두통을 관찰할 수 있는데 청소년기에서는 성별에 차이 없이 약 5% 정도의 발생률을 보인다고 합니다.
편두통의 기전으로 삼차신경혈관계 이론(trigemino-vascular theory)이 비교적 많은 부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두개강 내에 존재하는 통증에 예민한 혈관들은 주로 삼차신경절이라는 신경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신경절들은 혈관 주위에서 발생하는 정보와 통증을 중추로 전달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유발 자극에 의해서 신경말단에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함으로써 두통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신경인 이론(neurogenic theory)이 있습니다. 이는 뇌에 대한 여러 가지 외부자극과 내부자극들이 종합되어 통증을 관장하는 뇌신경계의 활동에 변화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세로토닌 같은 통증 관련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생기게 되어 두통이 유발된다고 하는 이론입니다.
편두통은 크게 전조성 편두통(migraine with aura)과 무전조성 편두통(migraine without aura)로 구분하는데, 전구증상(aura)이 있으면 전조성 편두통이고 없으면 무전조성 편두통입니다. 전조성 편두통보다는 무전조성 편두통이 5배 정도 많으나, 두통 자체의 양상은 서로 비슷합니다.
전조성 편두통에서는 두통뿐 아니라 전구 증상이라고 하는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구 증상으로는 갑작스런 시력장애가 가장 흔한데, 대체로 수십분간 눈 앞에 까만 점이 나타나서 시야를 가리는 암점(visual scotoma), 시력감퇴, 색깔이나 모양이 일그러져 보이는 착시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증상은 수분에 걸쳐 점차 시야에 넓게 확대되며 두통에 앞서 이러한 시각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두통이 일단 시작되면 시각증상은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흔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국소신경학적인 증상들이 전구증상으로 생길수 있는데, 몸 한쪽의 감각이 이상해지거나, 힘이 약해지는 경우 또는 말이 어둔해지거나 놀이기구를 탄 듯 어지럽고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있습니다.
이러한 신경학적 증상은 두통 발작 때마다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증상이 동반되거나, 두통이 가라앉았는데도 이러한 신경학적 증상이 지속되면 뇌졸중 등의 다른 원인을 의심해보아야 하므로 신경과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하여야 합니다.
무전조성 편두통은 전구증상 없이 두통이 시작된다는 점이 전형적 편두통과 다를 뿐입니다. 두통의 양상은 앞서 설명한 전형적 편두통과 다르지 않습니다.
효과적인 편두통의 치료를 위해서 통증이 심한 급성기에는 약물요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키고, 두통이 완화되면 예방요법으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을 줄여주는 치료를 병행합니다. 일단 편두통이 발생하면 약물 복용을 통하여 최대한 빨리 두통과 동반 증상들을 멈추거나 완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며, 가능한 빨리 복용할수록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두통에 특이적으로 사용하는 급성기 약물로는 수마트립탄(sumatriptan), 졸미트립탄(zolmitriptan), 알모트립탄(almotriptan), 나라트립탄(naratriptan), 프로바트립탄(frovatriptan) 등이 있습니다.
비교적 부작용이 적지만 일부환자에서는 가슴 또는 흉부의 압박감, 저린감, 이상한 느낌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뇌동맥 및 관상동맥을 수축시킬 수 있으므로 뇌졸중, 허혈성심장질환 등의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편두통의 예방치료는 편두통의 발작 기간과 횟수를 감소시키고 통증의 강도를 약화시키며 급성기 약물에 대한 반응을 개선하여 편두통에 의한 일상생활장애를 경감시키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치료법입니다. 이러한 예방치료는 잦은 편두통 발작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의 장애가 현저한 경우, 급성기 편두통 약물에 효과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약물 과용인 경우 등에 시행하게 됩니다.
예방 약물로는 항경련제인 발프로에이트(valproate)나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베타 차단제(프로프라놀롤 propranolol, 아테놀롤 atenolol), 칼슘통로 차단제(플루나리진 flunarizine), 항우울제(아미트리프틸린 amitriptyline) 등이 있습니다.
최근 편두통의 원인과 발병기전이 점차 규명되면서, 치료 또한 많은 발전을 하여 여러 효과적인 약물치료 방법이 개발되었고, 계속 새로운 치료약물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떤 한가지 약물만으로 편두통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없으며, 편두통 환자 개개인마다 효과적인 약물의 종류와 용량이 다르고, 또 같은 환자에서도 약물의 효과가 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한가지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약물자체가 두통을 유발하거나 또는 두통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수가 있으므로 재발성이고 만성적인 심한 편두통 환자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과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